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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해도 해도 너무하는 대통령의 특검 수사 방해

등록 2017-02-08 17:57수정 2017-02-09 15:55

박근혜 대통령이 9일로 정해졌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조사 일정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다. 9~10일 대통령을 조사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던 터다. 그 일정이 특정돼 공개된 것이 합의된 조사를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괜한 트집을 잡아 핑계로 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은 당연하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4일 최순실 국정농단에 관한 제2차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라고 말했지만,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직후인 11월20일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검찰 수사가 불리할 듯하자 약속을 뒤집은 꼴이다.

그때는 물론 그 뒤에도 박 대통령은 “특검 조사에는 적극 협조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정작 대면조사가 코앞에 닥치자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며 또다시 조사를 거부했다. 특검 쪽에서 조사 일정을 흘렸다는 이유를 대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을 뇌물죄와 블랙리스트 작성 등의 피의자로 본 특검의 조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겠다.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최대한 늦추거나 아예 무산시키려 한다는 의심은 그래서 나온다.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대통령의 행태는 진작에 도를 넘었다. 청와대는 검찰과 특검의 압수수색을 모두 거부했다. 수사를 앞두고 청와대가 주요 피의자나 참고인들의 거짓 진술을 요구한 흔적도 있다. 증거인멸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주장대로 아무 죄가 없다면 당당히 수사에 응해 무고함을 밝히면 될 일이다. 그러기는커녕 가까스로 성사된 대면조사마저 비상식적인 핑계로 거부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도 대통령 쪽은 큰 필요가 없거나 되레 자신에게 불리한 증인까지 무더기로 신청하는 등 심판을 늦추는 데 안간힘이다. 애초 출석하지 않기로 했던 박 대통령이 변론 일정이 끝날 즈음에 뒤늦게 출석을 자청해 심판 일정을 크게 지연시키려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실제 그럴 생각이라면 참으로 비루하고 치졸하다.

대통령은 더는 ‘꼼수’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임명한 특검의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헌법기관인 헌재의 심판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이미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품격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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