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임원들과 노조 전·현직 간부들이 돈을 받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납품업체 선정에도 개입하는 등 비리를 저질러온 사실이 드러났다. 회사와 노조 간부들이 결탁해 저지른 비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사례는 그 규모와 수법 면에서 충격적이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채용 대가로 돈을 받은 전·현직 노조 간부 17명과 회사 간부 5명 등 모두 31명, 납품 비리에 연루된 노조 간부 5명을 포함해 13명 등 모두 44명을 법정에 세웠다.
10%에도 못 미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의 조직률로 가뜩이나 노조의 뿌리조차 취약한 우리 노동 현실에서 일부 노조의 이런 부도덕한 행태는 노조 전체의 도덕성과 신뢰를 좀먹는 반노동자적 범죄행위다. 이런 노조와 결탁해 부패를 조장한 사용자의 잘못된 노사관 역시 아무리 비난받아도 지나치지 않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회사와 노조 간부들은 이미 10년 이상 채용과 납품 비리를 함께 저질러왔다고 한다. 납품브로커가 노조지부장에게 청탁하며 돈을 전달하면 지부장이 노사협력 담당 상무와 노사부문 부사장을 통해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담합 구조가 지속해 왔다. 전직 노조지부장은 납품브로커 등으로부터 2년간 5억6천만원, 취업 알선 대가로 2500만원을 받았는데 집 화장실 천장에서 4억원, 차에서 5천만원의 돈뭉치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 정도면 노조를 치부 수단으로 삼은 거나 마찬가지다.
2013년 부산항운노조 비리, 2014년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비리, 지난해 말 부산 시내버스 노조의 채용 비리 등 노조 비리는 거의 매년 터졌다. 그만큼 부패의 뿌리가 깊다는 뜻이다. 노조나 상급단체 차원의 철저한 자성과 대책이 절실하다.
이번 지엠 비리는 여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채용 ‘갑질’까지 이뤄져 문제가 심각하다. 한 도급업체 노동자는 2014년까지 7차례나 정규직 채용에 응시했다 탈락한 뒤, “7천만원이 필요하다”는 브로커의 말에 환경미화원 친척이 모아놓은 돈을 건네고서야 다음해 합격할 수 있었다. 일부 대기업 노조의 자녀 우선채용 단협에 대해 한때 비판이 있었으나, 지엠 사례는 이와 차원을 달리하는 노동자들끼리의 착취에 가깝다. 2배나 차이 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만들어낸 한국적 노동 현실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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