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아침, 사거리 500㎞에 이르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미사일 도발로, 위협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트럼프 새 정권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발사 시점을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개발 계획의 포기와 추가적인 도발 행동의 중지’를 강하게 촉구한 미-일 정상회담 바로 직후에 잡은 것도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 미국, 일본은 즉각 북한의 도발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한반도 긴장을 격화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행동은 엄중하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10일(현지시각) 워싱턴 정상회담을 끝내고 플로리다로 자리를 옮겨 골프를 한 뒤 발사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1일 밤 일정 외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북 공동 대응을 다짐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결단코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100% 일본을 지원한다”고 응수했다. 한국 정부도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의 한반도 정책이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다 한국은 사실상의 국정 공백 상태에 있는 터여서, 말 이상으로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트럼프 정권의 등장 이후 미-중-일 간의 관계 조정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 유동적인 상황이다. ‘하나의 중국’ 인정 여부를 두고 삐걱거리던 미-중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전화 통화로 최악은 면했으나 대북정책의 조율까지 발전하기에는 거리가 많이 남아 있는 듯하고, 미-일 관계는 10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 분야에선 결속을 보였으나 여전히 경제 분야에서는 갈등의 여지를 남겨뒀다.
이런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상황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한국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안에서 대북 선제타격론까지 거론되는 마당인데도 말이다. 정치권과 정부 당국은 기로에 서 있는 한반도 문제의 중대성을 절감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한도 도발로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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