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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박근혜 정당’ 자처할 거면 당 이름은 왜 바꾸나

등록 2017-02-13 17:27

새누리당이 13일 상임전국위를 열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지 5년 만이다. 예전엔 이름을 바꾸면 과거와 절연하는 듯한 시늉이라도 했는데 이번엔 아예 그것도 없다. 당 이름을 바꾼 바로 그날, 여당 지도부는 탄핵 반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조속한 복귀를 공공연히 촉구했다. 그럴 거면 5년 전 박 대통령 자신이 만든 ‘새누리당’이란 이름을 왜 바꾼 건지 궁금하다. 변화의 몸짓은 거부하면서 개명만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행태는 가증스러울 뿐이다.

새누리당은 당명을 바꾸면서 “14일부터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국민의 쓴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반성·미래·책임’이 버스 투어의 슬로건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반성하고, 보수의 미래를 설득하며, 집권여당의 막중한 책임을 국민에게 설명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도부 발언을 보면, 반성과 미래와 책임은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어렵다.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은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보니 애국심에 굉장히 감명받아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폭로한) 고영태씨를 당장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반성은커녕 국정농단의 주범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옹호하는 데 급급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 절차를 중단하고 ‘4월 대통령 퇴진-6월 대선’의 타협책을 정치권에서 찾자고 주장했다. 초기에 이런 정치적 해법을 모색했지만 끝까지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 때문에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은 아예 무시하고 있다. 어떻게든 대통령 탄핵을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려는 정치적 술수만 엿보인다. 이런 정당이 당명을 백번 천번 바꾼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유한국당은 1990년 이후 27년간 4번이나 이름을 바꿨다. 당 이름 바꾼다고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과거엔 변신의 흉내라도 냈다. 2012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이름 바꾼 건, 이명박 대통령 흔적을 지우겠다는 의도였다. 이번엔 박근혜 흔적을 지우겠다는 말조차 하질 않고 당명만 바꿔 국민을 현혹하려 한다. 뻔뻔함이 역대 보수정당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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