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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수십억 쓰고 0%, ‘박근혜 교과서’의 참담한 실패

등록 2017-02-16 18:09수정 2017-02-16 18:47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할 연구학교 신청학교가 겨우 2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신청 마감을 15일로 닷새 연장하면서까지 독려했는데도 결과는 0%에 가깝다. 교육 현장으로부터 철저하게 거부당한 사실상의 사망선고다.

신청한 경북의 두 고교마저 정상적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교육부 지침은 ‘교원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연구학교 신청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경북교육청이 이 제한을 임의로 풀었다. 한 학교는 학교운영위에서 5 대 4로 통과시켰으나 다른 학교는 이마저도 거치지 않고 교장이 직접 신청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연구학교 운영 결과를 반영해 내년부터 기존 방침대로 국·검정 혼용을 강행하겠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을 억지요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입법을 통해서든 정권교체에 의해서든 국정교과서가 폐기될 운명임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국정교과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타조가 모래밭에 머리 파묻듯 현실을 외면하는 궤변에 불과하다.

‘박근혜 교과서’의 실패는 처음부터 예견됐던 바다. 착수 동기부터 대통령의 아버지 미화 욕심에서 비롯됐으니 ‘박정희 미화’‘친일파 책임 축소’ 등 편향 교과서가 될 운명이었다. 복면 집필과 밀실 심의의 주역들 역시 뉴라이트 사관의 특정 연구모임에 편중되는 등 편향적으로 꾸려졌으니 필연적인 결과였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 등 임시정부의 법통조차 부정하는 반헌법적 괴물 교과서가 생명력을 가질 리도 없었다. 대통령 임기 안에 국정교과서를 만들어내겠다는 욕심에 제작 기간까지 무리하게 앞당겨 결국 오류투성이의 불량품이 탄생했다. 대통령뿐 아니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를 떠받들고 밀어붙인 영혼 없는 교육부 관료들의 책임은 간과할 수 없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국정교과서가 국민에게서 철저히 거부당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간의 잘못을 국민에게 고백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수십억 혈세를 낭비하면서 수년간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교육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상식과 순리에 따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존 검정 교과서 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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