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 외교장관 회의와 뮌헨 안보회의를 계기로 16~18일(현지시각) 독일에서 열린 여러 회담에서 한반도 관련국들 사이의 이견과 갈등이 불거졌다. 특히 우리나라가 당면한 총체적 외교·안보 난국이 재확인됐다. 현안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동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18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예상대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가 이슈가 됐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중국의 보복성 조처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고, 왕이 외교부장은 ‘배치를 서두르지 말라’며 반대 뜻을 다시 밝혔다. 같은 날 한-러 회담에서 러시아 쪽은 다음달 한-미 연합훈련 때 미국 전략자산(무기) 투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17일 한-일 회담에서는 소녀상 문제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중-일 회담에서는 센카쿠열도 문제가 부각됐다. 동북아 전체가 갖가지 갈등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그 한가운데에 북한 핵 문제가 있다. 16일 한-미 및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선 대북 제재·압박 강화를 결의했지만, 중국·러시아는 대화를 주장했다. 17일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미국이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안정을 저해하는 북한의 행동을 완화시킬 것”을 중국에 촉구하는 등 대립 양상을 보였다. 북한 핵 문제에서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면 다른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이런 구도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적잖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태도가 주목된다. 왕이 부장은 17일 미국과 북한이 핵 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국이므로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정치적 결단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국은 19일부터 올해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역할론을 강조하는 한·미에 대한 대응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움직임을 한반도 관련국 모두 합의할 수 있는 핵 해법을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핵 해법에 대한 이견과 미-중 갈등이 상승작용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외교·안보 난국은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사드 배치, 군대위안부 문제, 남북 관계와 관련한 섣부른 결정 등이 바로 그렇다. 그러면서 핵 문제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난국을 극복하려면 전반적 흐름을 바꿔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핵 해법 모색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