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유일호 부총리, 아예 ‘재계 대변인’으로 나섰나

등록 2017-02-20 18:05수정 2017-02-20 18:05

황제경영과 정경유착의 근절을 위한 상법 개정에 재계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이에 동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 부총리는 20일 대한상의가 주최한 ‘최고경영자 조찬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과 관련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규제 법안이 자꾸 나오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문제점을 줄일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황제경영과 정경유착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마당에, 다른 사람도 아닌 경제정책의 사령탑이 상법 개정을 불필요한 규제로 단정하다니 상황 인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운데)가 지난해 4월30일 경기도 남여주 골프장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골프를 하고 있다. 여주/연합뉴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운데)가 지난해 4월30일 경기도 남여주 골프장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골프를 하고 있다. 여주/연합뉴스
또 유 부총리는 상법 개정 반대 근거로 “외국 투기자본이 이사회를 장악하는 등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위협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싱크탱크 격인 한국경제연구원의 주장을 빼다 박았다. 이른바 국민을 겁주는 ‘애국심 마케팅’이다. 각기 투자 목적과 방식이 다른 외국인 주주들이 모두 연합해야 가능한 상황을 전제로 ‘경영권 위협론’을 내세우는 것은 과장된 주장이다. 이런 여론몰이에 경제부총리가 장단을 맞추다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오히려 재벌 총수의 전횡을 막아 ‘총수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유 부총리가 재벌 총수의 사익과 기업의 발전을 혼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 부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부분적으로 법안을 도입한다면 경영방어권 제도도 같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대주주에게 보유한 지분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제나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싸게 신주를 매입할 권리를 주는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두 제도는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지나치게 보호해주는 장치다. 상법 개정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상법 개정의 효과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재계가 2013년에 이어 또다시 상법 개정을 무산시키려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2월 국회도 벌써 3분의 2가 더 지나갔다. 거듭 강조하지만 상법 개정은 경제민주화의 첫발을 내딛는 일이다. 국회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상법 개정안 통과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