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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전경련 망친 이승철 부회장 퇴직금이 20억이라니

등록 2017-02-21 18:07

현대자동차그룹이 21일 전경련을 공식적으로 탈퇴했다. 지난해 말 엘지를 시작으로 삼성과 에스케이에 이어 현대차까지 탈퇴하면서 4대 그룹이 모두 전경련을 떠났다. 전경련이 재벌그룹들의 이익단체라는 점에서 존재 이유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또 회원사들이 내는 회비가 주된 수입이라는 점에서 전경련의 생존 기반도 사실상 무너졌다. 2015년 기준으로 전경련의 연간 회비 492억원 중 4대 그룹이 378억원을 부담했다. 무려 80%에 이른다. 임직원 급여는커녕 건물 관리비도 못 낼 처지가 된다. 누가 “해체하라 마라” 할 것 없이 스스로 와해되는 모양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지난해 10월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지난해 10월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 와중에 이승철 부회장이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전경련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24일 정기총회에서 퇴임하는 이 부회장의 퇴직금이 2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는 ‘임원으로 재임 중 특별한 공로가 있는 경우’ 지급하는 퇴직가산금까지 들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퇴직금은 개인정보 사항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인하지 않는 것을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전경련을 망쳐놓은 당사자가 거액의 퇴직금을 챙겨 떠난다니 한마디로 염치없는 짓이다. 먹튀도 이런 먹튀가 없다.

전경련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이 부회장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그전에도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가 2013년 2월 부회장에 취임한 이후 전경련이 다시 정경유착의 온상이 됐고 정치단체로 변질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어버이연합 등에 25억원을 지원했고 이 돈은 ‘세월호 반대’ 같은 관제시위에 사용됐다. 그는 또 대기업들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수백억원을 내는 과정에서 창구 노릇을 했다. 청와대의 강요 탓이라고 발뺌하고 있지만, 법정 증언을 보면 그도 우파 단체 지원이 목적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국회 위증 혐의로 고발됐고, 관제시위 지원은 특검과 검찰이 수사 중에 있다.

전경련이 중징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 부회장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주는 것은 문제가 많다. 설사 퇴직금 규정을 따랐더라도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 경제개혁연대는 “전경련은 이 부회장의 퇴직금 내역을 밝히고 적정성 여부를 평가받으라”고 촉구했다. 이 부회장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필요한 조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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