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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폭발 직전 가계부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등록 2017-02-22 17:53수정 2017-02-22 17:53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가계빚을 1344조3천억원으로 집계해 발표했다.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대금을 합한 잔액 기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성장률이 기획재정부가 추산하는 대로 4%였다면 연말 가계빚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1652조원)의 81.4%에 이르렀을 것이다.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던 무렵의 90%에 다가섰다. 가계빚 규모는 2015년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연간 총처분가능소득에 견주면 1.5배다. 어느 모로 봐도 물이 턱 끝까지 차오른 모양새다.

지난해 가계빚 증가 속도부터 놀랍다. 신용카드 사용대금을 뺀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한 해 동안 11.7%나 늘었다.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의 3배에 가깝고,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시장금리는 낮은데 집값은 계속 상승하자 가계가 주택담보대출을 적극적으로 받아 주택 매입에 나선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가계빚의 질이 나빠진 것은 더 큰 걱정거리다. 지난해 가계의 은행 대출액이 9.5% 증가하는 동안, 이자율이 매우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은 17.1%나 증가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대책이 은행에만 집중되면서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사업용 대출, 가계의 생계용 대출이 적잖이 늘었을 것이다.

기업엔 돈이 쌓이고 가계는 가난해지면서 가계가 빚을 늘려 소비를 지탱하는 흐름이 몇 해 전부터 본격화했다.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한계 가계의 파산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통화당국이 저금리 정책을 무리하게 이어갈 수밖에 없는 국면에 이른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가계빚 증가가 가계의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그것이 생산과 고용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다시 가계의 소득에 악영향을 끼쳐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져드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그동안 가계빚 급증의 위험을 쉼 없이 경고했지만, 주택 건설 경기를 끌어올려 경제성장률 수치를 분칠하려는 정부의 의지 앞에서 ‘쇠귀에 경 읽기’였다. 정부가 이제 와서 제2금융권 대출 억제 대책을 다시 마련하겠다는데, 더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해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가계소득을 늘려 연착륙을 꾀하는 특단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악을 피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조차 이제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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