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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북한의 악의적 적반하장, ‘제 무덤 파기’일 뿐

등록 2017-02-23 16:59

북한이 23일 김정남 살해 사건과 관련한 첫 공식 반응에서 자신은 피해자이며 북한 배후설은 우리 정부의 ‘음모책동’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악의적 적반하장이다. 더 심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행태이기도 하다.

북한이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이름으로 낸 담화 내용은 ‘남한의 반북 모략에 말레이시아가 동조하고 있으며 수사 결과도 믿을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모든 책임을 남한과 말레이시아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특히 김정남의 죽음을 ‘돌발적 성격의 쇼크사’라고 규정하면서도 “남한 당국이 이미 전부터 이번 사건을 예견하고 있었으며 그(이후 상황) 대본까지 미리 짜놓고 있었다”고 한 대목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수사 과정에서 북한을 배려해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도 용의자와 연루자 10명 가운데 여성 2명을 제외한 8명이 북한인임이 드러났으며, 그 가운데는 현직 외교관도 포함돼 있다. 북한 당국이 기획한 범행임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북한의 권위 있는 기관이 자체 조사에 나서 진상을 밝히고 후속 조처를 취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번처럼 책임 떠넘기기를 꾀하는 것은 국제사회 전체와 정면대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선은 말레이시아 당국의 노력이 중요하다. 북한의 수사 방해 의도가 노골화한 이상 명백한 사인 및 범행 과정 등과 관련한 객관적인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북한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수사가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정남이 오래 살았고 지금도 그의 가족이 거주하는 중국 쪽도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지금 행태는 국제사회에서 전혀 통용될 수 없는 ‘제 무덤 파기’일 뿐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대북 단교 얘기까지 나오는 건 우연이 아니다. 북한은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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