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탄핵 반대 세력의 선동과 협박이 갈수록 극성이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22일 헌재 심판정에서 내란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을 하더니, 이튿날부터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탄핵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을 공언하고 나섰다. “아스팔트를 피로 물들일 것” 따위의 말들이 섬뜩하다. 헌재 재판관 등에 대한 테러 위협도 공공연하다. 한 보수언론은 금방이라도 내전이 벌어질 것처럼 으름장을 놓는다.
선동과 협박이 가리키는 방향은 ‘헌재 심판 중단’이다. 친박계 의원들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전날 대통령 대리인단의 논리를 되풀이하며 ‘탄핵소추와 탄핵심판 절차에 문제가 있으니 헌재 심판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24일 국회에서도 비슷하게 황당한 주장이 이어졌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친박 의원들은 저마다 “최순실을 몰랐다”고 손사래를 치며 구석으로 숨기 바빴다. 국회 표결 때도 새누리당은 자유투표를 앞세웠을 뿐 절차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탄핵소추부터 잘못됐다고 태도가 돌변했다. ‘헌재 심판 불복’ 등 헌정 체제와 법치를 무시하는 말도 예사로 한다. 헌재 결정을 뒤집으려 지지층 결집과 극한적 반발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나라야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러는 것이겠다.
애초 대통령 대리인단의 ‘막말’부터 계산된 전략이었던 듯하다. 과격한 피고인의 법정 난동은 더러 있었지만, 변호인이 법관 이름까지 불러가며 비난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지지 세력에게 공격 대상을 지목하는 모양새 같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아니라 방청석을 향해 “내전” “시가전” 따위의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변호인의 변론이 아니라, 노골적인 정치 선동이다. ‘도발’로 심판을 중단시키거나, 아예 판을 엎어 ‘봉기’를 이끌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럴 순 없다.
지금 ‘내란’을 부추기고 협박하는 쪽은 탄핵 반대 세력이다. 탄핵 찬반 양쪽에 모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탄핵 결정을 저지하려는 쪽이 대놓고 ‘깽판을 치려고’ 덤비고 있다. 탄핵 찬반 의견이 비슷한 것도 아니다.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은 국회의 탄핵소추 때부터 80% 안팎으로 절대다수다. 그러니 혼란 획책의 책임을 물어야 할 쪽은 분명하다. 친박 세력은 당장 선동과 협박을 멈춰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