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생각하면 소득이 늘어나도 시원찮을 판인데 되레 줄어들고 있다. 특히 생활 기반이 취약한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감소 폭이 커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6년 가계 동향’을 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39만9천원으로 2015년보다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기에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0.4% 줄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고용 한파가 몰아친 탓이다. 지난해 실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고 청년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였다. 소득 수준별로 나눠 보면,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144만7천원으로 2015년보다 5.6%나 줄었다.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상위 20%)는 834만8천원으로 2.1% 증가했다.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데다 퇴직자들이 장사에 나서면서 영세자영업의 경쟁이 심해진 탓이 크다. 자연히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이 2015년 4.22배에서 4.48배로 커졌다.
소득은 줄고 빚은 늘어나니까 가계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원으로 2015년보다 0.5% 감소했고,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1.5%나 줄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식료품(-1.3%)과 의류·신발(-2.4%) 등 먹는 것부터 입는 것까지 대부분의 품목에서 지갑을 닫았다. ‘소득 감소→소비 위축→내수 부진→투자 축소→고용 악화’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엉뚱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 23일 발표된 ‘내수 활성화 방안’은 가짓수만 많은 ‘맹탕 대책’이다. 매달 1회 금요일을 오후 4시에 퇴근하게 해 소비를 유도한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 도입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본뜬 것이라고 하는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쓸 돈이 없는데 일찍 퇴근해 쇼핑도 하고 외식도 하라니 복장 터지게 하는 소리다. 이러니 “기댈 곳은 로또뿐”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이 3조8천억원으로 2015년보다 8.4% 증가했다. 이 또한 사상 최대다.
지금은 재정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런데 이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이 243조원으로 2015년보다 25조원 늘어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세계잉여금도 8조원에 이른다. 정부 곳간만 넘쳐난다. ‘재정 건전성’ 프레임에 갇혀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한 탓이다.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저소득층의 일자리 지원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
서울시내의 한 옷가게가 폐업을 앞두고 재고 정리를 위한 세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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