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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재판관 집 주소까지 공개하는 비열한 ‘테러 선동’

등록 2017-03-01 16:44

극우단체 대표가 인터넷 방송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집 주소와 단골 미용실까지 공개했다. 사생활 침해일뿐더러 비열한 테러 선동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경찰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공연하게 타인에 대한 테러를 부추기는 이런 사람, 단체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자유청년연합 대표라는 장기정씨는 지난 27일 인터넷 라디오방송(팟캐스트)에 출연해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집은 강남 ○○구 △△아파트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미용실과 슈퍼에도 자주 출몰한다. 무장경찰이 서 있다니 우리 그 아파트 미용실 가서 머리하고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고 오자. 정확히 △△아파트다”라고 말했다. 직접적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정미 대행에 대한 ‘협박’이나 ‘행동’을 방송 청취자들에게 부추기는 것이다. 장씨는 24일엔 박영수 특검의 집 앞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항의시위를 주도하며 “이제 말로 하면 안 된다. 응징할 때가 왔다”고 연설한 적이 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이정미 권한대행의 집 주소를 공개하고 “방문하자”고 한 건 그런 행동의 연장선에 있다. 이건 집회 발언보다도 훨씬 위험하고 저열하다. 그 방송을 들은 누군가가 실제로 극단적 행동을 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씨를 포함한 일부 극우 인사들의 언행은 ‘표현의 자유’를 가장한 협박·공갈이다.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반사회적 범죄이다.

누구나 자신의 신념을 표현할 자유를 가진다. 때론 집회나 시위를 통해 그런 요구를 사회를 향해 드러낼 수 있다. 지금 서울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촛불집회나 보수단체들의 탄핵 반대 집회가 그런 범주에 포함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평화적이어야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폭력을 부추겨선 안 된다. 미국이나 독일에선 ‘일부 주민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거나 폭력적 행위를 촉구하는 행위’도 ‘증오범죄’로 간주해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장씨 등의 언행은 ‘표현의 자유’와는 전혀 관계없는, 민주주의를 교란하고 파괴하는 반민주적 범죄일 뿐이다. 사법당국은 이런 행동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치적 민감함을 이유로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그래야 광장의 ‘자유’가 오롯이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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