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지난 27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부지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이후, 연일 중국 당국과 언론 매체의 반발이 거세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모든 뒷감당은 미국과 한국의 책임”이라고 사드 배치 때 정부 차원의 보복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해외판 에스엔에스 공식 계정에는 “만일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한 관계는 ‘준단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글까지 실렸다. 사드 배치가 현실화하면 ‘중국발 사드 후폭풍’이 간단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반응이다.
효용성이 제대로 검증조차 되지 않은 무기의 배치를 놓고, 1992년 수교 이래 25년간 여러 방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한-중 관계를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우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아직은 사드 배치가 완전히 이뤄진 것은 아니므로 파국을 면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를 최대한 서두르겠다고 하지만, 몇 가지 변수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그에 따른 정권교체 가능성이 가장 큰 변수다. 국방부가 아무리 빨리 배치 작업을 한다고 해도 현 정권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현 정권은 무모한 대못질을 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차기 정권에 결정권을 넘겨주는 것이 순리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새 정권과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떤 방향의 정책 조율을 할 것인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 주변 마을 주민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중국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중국 언론들이 일제히 공격 대상으로 삼는 롯데는 어찌 보면 한-중 사드 갈등의 ‘죄 없는 희생양'에 불과하다. 지금은 롯데 상품 불매운동을 하고, 롯데가 중국에서 사업을 못 하게 한다고 해서 롯데가 결정을 번복할 상황도 아니다. 사드 때문에 롯데뿐 아니라 한국 기업 전체, 무역, 관광 등까지 해코지하겠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런 행동은 화풀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세계 무대와 한국에서의 중국 이미지에는 회복하기 힘든 악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은 사드 배치 철회 가능성을 열어둔 채 작업 속도를 늦추고, 중국은 감정적인 보복을 자제하면서 서로 파국을 피할 좋은 방안을 찾기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