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지난주 금요일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안정된 모습이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된 데 따른 안도감이 퍼졌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불안불안하다. 안팎으로 걱정거리가 한둘이 아니고, 대부분 간단히 풀기 어려운 사안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앞으로 두 달 동안은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경제운용을 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 호황이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나빠지고 있는 경기 흐름은 올해 1분기에도 비슷하다. 수출은 조금 회복세지만, 내수 소비가 매우 좋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재정 지출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하반기 ‘재정 절벽’ 탓에 올해도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추경은 시기도 중요하지만, 내용도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지출 항목을 급조해 재정을 낭비하기보다는 조금 늦어지더라도 내실있게 하는 게 좋다.
통화정책도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번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또 올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내 경기를 고려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도 검토해야 할 형편인데, 외부 여건은 올리라는 쪽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치적 압력을 배제해야 할 때다.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경제 보복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무역 불균형’을 거론하며 통상 압력의 고삐를 죄어가고 있다. 외교 사안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른바 ‘4월 위기설’의 근거가 된 대우조선해양 문제도 정치적 리더십이 회복된 뒤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우조선에는 2015년 말 4조2천억원을 지원했지만, 수주가 계획에 한참 못 미치고 건조를 끝낸 배를 선주가 인수해 가지 않으면서 유동성 위기가 눈앞에 닥치고 있다. 4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갚을 수 있겠지만, 7월엔 쉽지 않은 형편이다. 추가 자금지원이든 다른 방법이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 대통령선거가 끝나는 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신중한 검토와 구체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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