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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사법부 개혁’ 문제로 번진 법원의 학술행사 갈등

등록 2017-03-13 18:00

사법개혁 관련 설문조사를 추진하는 판사들의 학술행사에 법원행정처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판사들의 진상 규명 요구가 잇따르자 대법원이 뒤늦게 13일 이인복 전 대법관에게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법원행정처 쪽은 외압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정확한 사실은 조사가 마무리된 뒤에나 확인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일부 사실들만 보더라도 행정처 쪽이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목소리를 제약하려 했을 개연성은 상당하다. 법원의 독립과 사법개혁 등 헌법적 가치와 직결된 이번 사건의 진실을 숨김없이 드러내야 하는 것은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당연한 책무다.

지난달 9일 법원행정처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받은 이아무개 판사가 11일 만에 원소속인 수도권 지법으로 돌아가는 이례적 인사가 난 뒤 논란이 시작됐다. 그 배경을 둘러싸고 주장이 엇갈린다. 이 판사의 동료들은 25일로 예정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축소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행정처 쪽은 “연구회 일로 부당한 지시를 한 것이 없다”며 “판사 개인 사정으로 인사 철회를 요청한 것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400여명의 판사가 가입해 사실상 법원 내 최대 규모 학술연구모임이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과 함께 여는 ‘국제 수준의 사법부 독립 확보를 위한 법관인사제도의 모색’ 학술대회를 앞두고 전국의 판사 2900여명에게 설문을 보내 500명가량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설문 내용은 대법원장 정책에 반대하는 법관의 불이익 우려 여부, 대법관 제청 절차 수정 필요성 여부 등 기존 대법원장 인사권의 핵심을 건드리는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가뜩이나 보수적이란 평을 받아온 ‘양승태 대법원’이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실제 9월 양 대법원장 퇴임 이후로 일정을 조정하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설문조사 시작 며칠 만인 지난달 13일 법원행정처가 중복가입 학회를 자동 탈퇴시키겠다는 공지를 내부 게시판에 띄운 것도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대법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진상 규명은 물론이거니와 판사들의 사법개혁 목소리도 진지하게 검토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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