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경영진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다룬 <엠비시 스페셜> ‘탄핵’ 편을 갑자기 불방시키고 담당 피디를 방송 제작을 할 수 없는 곳으로 쫓아냈다. 문화방송 노동조합이 밝힌 바를 보면, <엠비시 스페셜> 제작진은 지난해 12월부터 대통령 탄핵을 주제로 삼아 촬영을 시작해 지난 13일 밤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8일 김현종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이 ‘승인한 바 없다’며 편성을 취소시켰다. 그 직후 김 본부장은 목포문화방송 사장으로 영전했고, ‘탄핵’편을 제작하던 담당 피디는 유배지나 다름없는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발령받았다.
대통령 탄핵은 우리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인 만큼 공영방송이라면 마땅히 이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국민의 관심사가 집중된 사안을 제작해 내보내는 것은 방송의 상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본부장의 말 한마디로 3개월 가까이 준비해온 프로그램이 돌연 취소됐다. <한국방송>과 <에스비에스>가 ‘대통령 탄핵’을 특집으로 꾸려 내보낸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문화방송은 결국 지금까지 탄핵 관련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단 한 편도 내보내지 않았다. 헌정사의 중대사건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공영방송의 직무유기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김장겸 문화방송 사장 체제가 들어섰을 때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화방송 내부 구성원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은 김장겸 체제의 문화방송이 ‘박근혜 없는 박근혜 방송’을 계속할 것으로 우려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김장겸 체제는 공영방송의 역사적 책무를 팽개치고 프로그램 제작 자율성을 망가뜨리는 것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분명한 것은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대통령뿐만 아니라 부패 정권을 뒷받침해온 방송도 함께 탄핵당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태는 공영방송의 개혁이 박근혜 체제 극복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함을 거듭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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