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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황교안, 대선 날짜 확정 미적대는 모습 꼴사납다

등록 2017-03-14 17:56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지만 대선 날짜를 확정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자치부 등 선거 실무 부처들이 사실상 5월9일로 대선 날짜를 정했는데도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계속 미적거리고 있다. 황 총리가 본인의 대선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느라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 말고는 다른 마땅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자신의 개인 문제로 국가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라면 호되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선 날짜 확정은 한시가 급한 과제다. 조기 대선 실시로 시일이 촉박해진 상황에서 선거일 확정이 지연될수록 정치적 불확실성과 혼란만 커진다. 대선 후보 검증도 그만큼 소홀해져 유권자들의 합리적 선택도 방해받게 된다. 중앙선관위도 “대선일이 빨리 확정돼야 선거 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운동경기의 심판을 맡을 사람이 선수로 뛸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난센스지만, 황 총리가 대선 출마 자격이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박근혜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박근혜 정권 아래서 승승장구한 그는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박 전 대통령과 동반 퇴진해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는 두드러기라는 터무니없는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은 ‘병역기피 의혹자’다. 그런 인물이 국군통수권자가 될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수치다.

황 총리가 대선 출마를 결심하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라는 기상천외한 상황까지 벌어진다. 누가 봐도 황 총리의 책무는 안정적인 국정 관리와 공정한 대선 관리에 힘을 쏟는 일이며, 그것이 그나마 그동안의 잘못을 씻고 나라에 봉사하는 길이다. 보수세력 안에서 아무리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다고 해도 황 총리를 거론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황 총리가 한광옥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의 사표를 모두 반려한 것도 온당치 않다. 백보를 양보해 경제나 외교·안보 분야 참모 등은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그냥 유임시킨다 해도, 정무·민정 등은 청와대에 남아 있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총리실과의 업무 중복 등을 고려하면 청와대 참모들이 황 총리를 보좌해야 한다는 것도 한낱 구실일 뿐이다.

청와대 참모진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청와대를 떠나는 것이 정치적 도의에도 합당하다. 그런데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한광옥 비서실장은 도대체 누구의 비서실장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며, 박흥렬 경호실장은 누구를 경호하겠다는 이야기인가. 일하지 않고 빈둥대면서 월급이나 타겠다는 속셈이 아니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염치없는 행동이다. 청와대 참모진은 사표 제출-반려라는 보여주기 쇼를 걷어치우고 한시바삐 청와대를 떠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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