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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압수수색 거부하고 파쇄기 들여오니 의심할 수밖에

등록 2017-03-16 17:40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언론에 본격 보도된 지난해 9월 이후 청와대가 문서파쇄기 26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사용 연한이 지난 파쇄기를 교체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수사 단서가 될 만한 기록을 무단으로 파기했으리란 의심이 안 들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청와대가 문서나 증거자료를 폐기 또는 유출해도 이를 감시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점이다. 특검의 압수수색은 거부하고 기록물은 이미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기고 있으니,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자료의 조직적 은폐 또는 유실을 우려하게 되는 것이다.

조달청 자료를 보면, 청와대는 지난해 9월27일 파쇄기 2대 구매를 조달청에 요청했다. <한겨레>가 케이스포츠재단 기사를 처음 보도한 지 일주일 만이다. 또 <제이티비시>가 최순실씨 태블릿피시를 보도한 다음날 6대의 추가 구매를 요청하는 등 올해 2월까지 모두 26대의 문서파쇄기를 구매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파쇄기 교체 주기가 되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교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파쇄기 구매를 시작한 시기는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이 관련 문서를 파쇄하기 시작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조직적으로 문서 파쇄가 이뤄졌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검찰과 특검의 압수수색을 한사코 거부해 끝내 무산시켰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 역시 특검의 압수수색 협조 요청을 거부하고 청와대 편을 들었다. 그러니 “파쇄기 구매는 수사 단서를 파기할 목적이 아니다”라는 청와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청와대’의 기록물은 행정자치부 소속 대통령기록관으로 이미 이관을 시작했다. 이관 절차가 끝나면, 기록물에 따라 최장 30년까지 국회나 법원 결정 없이는 열어볼 수가 없게 된다.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는 많은 증거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에서 나왔듯이, 청와대 서류나 보고서엔 수사 단서와 입증 자료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도 이걸 볼 수도 없고 은폐나 유실을 감시할 수도 없으니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국민 보기엔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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