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가 창립자 김삼환 목사로부터 아들 김하나 목사로 세습을 추진 중이다. 명성교회가 속한 장로교통합교단은 2013년 세습금지법을 만들어 담임목사직을 아들에게 직접 물려주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가 합병해 담임을 김하나 목사에게 맡기는 ‘변칙’을 택하고 있다. 새노래명성교회는 3년 전 하남시에 명성교회가 설립해 김하나 목사가 담임을 맡고 있다. 어쨌든 세습이다. 세습금지법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한국 교회가 희망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들었는데 교단 대표 교회가 그 법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명성교회는 개신교를 대표하는 장로교단에서도 교인 수가 가장 많은 초대형 교회다. 더구나 김삼환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과 세계교회협의회 대회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종교개혁 500돌을 맞아 자성과 경신의 열기를 고취하려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교계 안팎에서는 500년 전 성직 매매와 세습으로 인한 타락을 질타하고 출범한 개신교의 대표적 교회가 중세로 회귀하는 말기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분개한다.
김삼환 목사는 3년 전 수백억원대의 교회 자금을 관리해오던 재정 장로가 자살함으로써 교회 자금과 관련한 의혹을 산 바 있다. 2014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에서는 “훌륭한 여성 대통령이 뽑힌 것은 100% 교회의 영향”이라며 교회의 지지를 자랑하기도 했다. 세월호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을 적극 엄호했다. 그런 권력 비호가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를 차단하고, 교회의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단 말인가. 세습이 실제 추진되면서 이런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김삼환 목사는 현재 국외에 나가 19일 공동의회가 세습을 결정한 뒤인 23일에야 들어올 예정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명성교회에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그의 의중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제 김삼환 목사는 100여년 전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희생하고 비우고 헌신하며 타의 모범이 되었던 신앙 선조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세습 욕망을 포기해야 한다. 한때 명성교회를 물려받지 않겠다던 김하나 목사도 교회와 사회에 희망을 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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