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상대로 15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50~0.75%에서 0.75~1.00%로 올렸다. 또 앞으로 3%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두차례 더, 그리고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세차례씩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연준의 금리 인상 배경은 미국 경제가 더 이상 초저금리에 의존하지 않고도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상의 간단한 메시지는 바로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야 경제가 좋아져 금리를 올린다고 하지만, 문제는 우리 경제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 금리 인상 등 외부 악재들이 동시다발로 터지고 있다. 금리 인상은 무엇보다 지난해 말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이자 부담이 커진다. 한국은행의 분석을 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9조원 늘어난다. 특히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받는 타격이 심각하다.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저신용 채무자의 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80%를 넘는다. 금리 인상의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밖에 없다. 또 이들은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이 많아 충격의 강도가 더 커진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증가하면 서민들의 생활고는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16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가계부채 비상관리체계를 구축해 매주 동향을 점검하고 제2금융권에 대한 특별점검을 하기로 했다. 또 서민자금 제도 개선 등 민생 안정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하고, 자영업자 지원 대책도 상반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그동안 쏟아져나온 가계부채 대책들을 보면 말만 번지르르했지 효과가 거의 없었다. 위험성을 그토록 경고했건만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가계부채가 380조원 증가한 게 이를 말해준다. 이명박 정부(299조원)나 노무현 정부(200조원) 때보다 훨씬 많다.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겼던 부동산 정책 탓이 크다. 그런데도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패하지 않았다”고 염장을 지른다. 의례적인 대책 말고 정말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저신용자와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특히 큰 타격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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