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진태 의원이 선두권을 형성했다고 한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남재준씨가 17일 ‘종북 척결’을 내세우며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아무리 보수 진영이 지리멸렬한 상황이라 해도, 이런 인물들이 보수의 대표주자를 자처하며 대선에 나서는 건 한편의 코미디에 가깝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보수 정당이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바뀌길 바랐던 많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17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제외하면 보수 후보 중에선 홍준표 지사가 2%, 김진태 의원이 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지사 등은 유의미한 지지율을 얻지 못해 조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같은 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중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적합도에서는 홍 지사(39.8%)와 김 의원(14.9%)이 1, 2위를 기록했다. 지리멸렬한 보수 진영에서 그나마 이 두 사람이 선두 주자인 셈이다.
홍 지사와 김 의원은 모두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홍 지사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 2심에선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홍 지사는 2심 판결로 명예회복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돈을 전달했다는 증인이 있는 등 여전히 논란이 많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지도 않았는데 대선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 보기엔 우스운 일이다. 또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다 불기소 처분됐지만, 재정신청에 의해 결국 재판에 회부된 경우다. 검찰이 김 의원을 기소하지 않은 건 ‘친박 실세’였기 때문이란 비판이 많았다. 지금도 탄핵에 반대하는 극우 진영이 김 의원을 적극 밀고 있다고 한다.
기본적 검증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운 이들이 보수 진영의 선두를 다투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혁신과는 거리가 먼, 우리 정치의 퇴행적인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러니 국정농단 사건에 책임을 느껴야 할 전직 국정원장마저 보수의 대표선수를 자처하며 출마하는 게 아닌가.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의 탄생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일인 듯싶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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