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선도해야

등록 2017-03-17 17:20

기업들이 지난해 사업을 결산하는 주주총회를 열기 시작했다. 17일엔 178개 상장사가 열었고, 24일엔 더 많은 상장사가 주총을 연다. 그러나 올해도 투자자들은 주총 결과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거의 영향력이 없고, 지분이 꽤 되는 기관투자가들도 거수기 구실에 머물러 어차피 결론이 뻔하기 때문일 것이다.

17일 열린 주주총회 가운데는 현대자동차 주총이 그나마 관심을 끌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정몽구 회장의 배임·횡령 전력 등을 문제 삼아 사내이사 연임 안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안건도 개회 20분 만에 통과됐다. 현대차 지분 8.14%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은 기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식엔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국내 상장사 주식을 102조6천억원어치나 보유하고 있다. 이달 초 집계를 보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현대차를 포함해 285개사에 이른다.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런데 그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어떤 기준으로 행사하는지가 불투명하다.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는 재벌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동원되기까지 했다.

국민연금이 국민 재산을 잘 불려가느냐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기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우선 도입해야 할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가입자들의 재산을 성실히 관리하기 위해 준수해야 할 관리의 원칙을 담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2월 민간 주도로 7대 원칙을 담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했다. 의결권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과 사유를 공개하고 이를 고객과 수익자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도입하면 시장의 감시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300개가 넘는 기관투자가 가운데 이를 도입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다들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불어난다. 기금 운용의 신뢰를 회복해야 연금 제도가 흔들리지 않는다. 하루빨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선도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전기로 삼기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