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왜곡·편파·막말 보도’로 지탄을 받아온 종편(종합편성채널)에 대해 끝내 재승인 결정을 했다. 3년 전 ‘봐주기 심사’로 재승인을 내주더니 또다시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시민사회의 ‘악성 종편’ 퇴출 요구를 저버렸다. 방송을 관리·감독해야 할 책무를 내던진 방통위부터 시급히 개혁하지 않고서는 방송의 물을 흐리는 오염원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것은 <티브이조선> 재승인이다. <제이티비시>(731점)와 <채널에이>(661점)는 재승인에 필요한 기준 점수(650점)를 넘겼으나 티브이조선은 기준 점수에 한참 미달하는 625점에 그쳤다. 법과 원칙대로라면 당장 퇴출해야 마땅하다. 티브이조선은 2014년 재승인을 받은 뒤 여러 개선 약속을 내놨으나 제대로 지켜진 것은 없다시피 했다. 막말·편파 보도로 티브이조선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징계는 2014년 95건에서 2016년 161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지난 3년 동안 티브이조선의 심의조처 건수는 383건에 이르러 다른 종편들을 압도했다. 이렇게 심의기관의 제재에 콧방귀를 뀌며 방송질서를 어지럽혔는데도 방통위는 따로 청문회까지 열어가며 티브이조선에 재승인이라는 선물을 내주었다. ‘종편에 놀아나는 방통위’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
방통위는 재승인을 내주면서 티브이조선에 비교적 강도 높은 조건을 달기는 했다. 다른 종편들보다 까다로운 별도 조건을 붙였고, 이 중에는 재승인 조건에 대한 이행실적을 6개월 단위로 점검하고 연거푸 준수하지 않을 경우 재승인을 취소할 수도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겉으로 엄격해 보이는 이런 조건들도 방통위가 집행을 엄정하게 하지 않는 한 공염불로 끝날 소지가 크다. 2014년에도 방통위는 종편에 재승인을 해주면서 여러 조건을 붙였지만 3년 뒤 무용지물이 되고 말지 않았는가. 방통위가 내건 조건들은 티브이조선을 살려준 데 대한 시민사회의 비난을 피해가려는 꼼수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종편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 1만4천여명으로부터 받은 의견을 보면, 93%가 티브이조선을 퇴출 1순위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 책임의식 없는 종편의 횡포에 국민이 그만큼 넌더리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온갖 핑계를 대가며 티브이조선에 재승인을 내준 방통위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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