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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믿음 안 가는 ‘전경련 혁신안’…‘해산’이 갈 길이다

등록 2017-03-24 18:11수정 2017-03-24 18:40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4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혁신안을 발표했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께 큰 실망을 안겨 드려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자금 모금의 창구 노릇을 한 사실이 드러난 지 6개월 만이다.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또 정경유착과 관제데모 지원 등 불법을 저질러놓고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뭉뚱그린 것도 진솔한 반성이라고 보기 어렵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 셋째) 등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대국민 사과와 혁신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 셋째) 등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대국민 사과와 혁신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전경련은 명칭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바꾸고, 혁신의 방향으로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제고, 싱크탱크 강화를 제시했다. 회장단회의를 폐지하고 경영이사회를 신설해 의사결정 기능을 맡기고, 조직과 예산을 40% 감축하기로 했다. 또 관제데모 지원 등에 활용된 사회협력회계를 없애고,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경련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안을 내놓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고 밝혔으나, 국민의 기대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뿌리 깊은 정경유착을 끊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진정성도 의심된다. 전경련의 대국민 사과와 혁신안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과 2002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등 정경유착 비리가 터질 때마다 반성하고 쇄신을 약속했다. 2013년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여론이 들끓었을 땐 ‘기업경영헌장’도 제정했다. “기업 윤리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며 투명경영, 준법경영, 동반성장을 약속했다. 전경련은 당시 “단순한 선언적 의미를 뛰어넘어 실질적 행동을 위한 결의”라고 강조했지만, 결과는 말뿐이었다. 허 회장은 이번에도 “혁신은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또 하면서 조직을 유지하려는 전경련의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다. 전경련의 연간 회비 중 80%를 부담하는 삼성·현대자동차·에스케이·엘지 등 4대 그룹이 탈퇴했다. 포스코, 케이티, 국책은행들도 동참했다. ‘탈퇴 도미노’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잇따른 불법과 일탈 행위로 재계 전체의 신뢰를 실추시킨 전경련에 회원사들이 책임을 물은 것이다.

전경련이 해산돼도 대한상의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이 있기 때문에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문제 될 게 없다. 5·16 쿠데타의 산물인 전경련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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