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앞날은 여전히 깜깜하다. 2015년 10월 국책은행이 중심이 되어 4조2천억원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적자 규모가 매우 커서 벌써 돈이 바닥나고 있다. 채권자들이 2조9천억원의 채권을 출자로 전환하고, 국책은행이 2조9천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가 나서서 추진중이다. 이번 지원이 끝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대주주인 국책은행과 정부가 경영을 제대로 감시했다면 사태가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대우조선은 2012~2014년 매출액을 부풀리거나 자회사의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해 5조원대 분식회계를 했다. 이를 통해 구조조정을 뒤로 미루고,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회계처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돈을 받고 감시하는 외부감사인은 이를 방조했다. 뒤늦게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적잖은 손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증권선물위원회가 24일 2010년에서 2015년까지 대우조선 외부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에 대해 올해 1년간 신규 감사 업무를 금지하는 내용의 징계안을 금융위원회에 올리기로 했다. 소속 회계사 4명은 등록 취소, 4명은 6개월에서 2년까지 직무정지가 확정됐다.
2001년 산동회계법인이 대우그룹에 대한 부실 감사로 1년의 영업정지를 받고 폐업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업무정지를 당한 안진회계법인은 회계사만 1200명에 이르는 큰 회사라 폐업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회계감사·검토 영업 관련 수익 1050억원 가운데 300억~400억원가량 줄어드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안진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긴 지 1~2년차인 회사들도 감사인을 교체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하긴 했지만, 실제 교체할 곳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 소속 회계사들은 일감을 따라 떠나면 그만이다. 중징계라고는 하지만, 이번 징계가 앞으로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에 충분한 예방주사가 될 것 같지가 않다.
기업 회계부정은 일어나지 않게 미리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기업의 내부통제에만 맡겨둘 수 없기 때문에 외부감사인을 두는 것이다.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높이고, 감사의 책임성을 크게 높여야 한다. 정부도 제재를 강화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말에 그치지 말고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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