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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대학 성폭력 현실 바꾸는 ‘펭귄 프로젝트’

등록 2017-03-28 18:28수정 2017-03-28 18:35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혐오 문화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우리 사회 전반, 특히 20대 젊은이들의 거처인 대학 캠퍼스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폭력·여성혐오에 반대하는 대학가 연합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대학의 성폭력 문제는 드러난 양상만 보면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고려대·서울대·연세대 등 여러 대학에서 남학생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의 성희롱 사건이 크게 문제가 됐다. 최근에는 여성 외모를 비하한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사퇴했고, 서강대에선 페미니스트 단체의 ‘성교육 강연’이 불허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성평등 사회 실현을 추구하는 페미니즘 운동이 뜨겁게 일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성평등 요구를 백안시하고 성차별 문화를 고수하는 문화지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생들이 대학 내부의 성폭력·성차별 문화를 바꾸기 위해 최근 시작한 ‘펭귄 프로젝트’ 운동에 주목하게 된다. 특히 이 운동이 수도권 대학 12곳의 20여 단체가 함께하는 연합운동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파편적으로 이루어지던 성폭력 반대 운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펭귄의 습성에서 용기와 연대의 뜻을 얻어왔다는 ‘펭귄 프로젝트’ 작명도 눈길을 끈다. 무리를 위해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이 ‘용기’의 사례를 보여주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밀착하는 펭귄의 ‘허들링’이 ‘연대’의 중요성을 알려준다는 것인데, 이 두 가지야말로 사회운동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대학 캠퍼스는 성평등 과제를 둘러싼 ‘문화전쟁’ 상태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문화적 갈등은 폭력과 차별이 없는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 비용을 줄이려면 그만큼 많은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 성폭력·성희롱에 대한 징계와 처벌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학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 대학 차원에서 성평등 과목을 교양필수로 지정해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펭귄 프로젝트’ 운동이 대학 캠퍼스를 차별과 혐오가 없는 공간으로 바꾸고,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를 성평등 사회로 바꾸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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