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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어처구니없는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동물뼈 소동’

등록 2017-03-29 17:48수정 2017-03-29 19:27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갑판에서 발견한 뼛조각이 동물 뼈로 확인됐다. 해양수산부는 28일 오후 4시30분 기자회견을 열어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가, 밤 9시에 ‘동물 뼈로 확인’이라는 문자공지 한 줄로 이를 번복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해수부의 갈팡질팡하는 발표에 가슴을 졸이고 발을 동동 굴렀다. 기가 찰 노릇이다.

문제의 뼈가 처음 발견된 건 오전 11시25분이었다. 해수부는 이후 별다른 확인 없이 기자회견을 열어 “유골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오후 3시45분에는 윤학배 해수부 차관이 팽목항으로 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이를 전했다. 그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확인으로 해프닝은 끝이 났다. 국과수 직원은 현장에서 뼈를 보자마자 ‘동물 뼈’란 걸 알았다고 한다. 함께 발견된 신발은 현장 작업화였다. 현장에 전문가가 있었다면 미수습자 가족들을 낙담케 한 이런 혼선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해수부는 이제서야 유골 전문가를 반잠수선에 태우기로 했다.

현장의 새로운 사실을 신속히 전달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사안일수록 정확하고 세심하게 진행해야 한다. 해수부의 성급한 발표 과정을 돌아보면, 미수습자 유골 발견이라는 관료 특유의 ‘성과’에 집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세월호가 가라앉던 날에도 해양경찰청은 청와대에 “370명이 구조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의 무능과 부실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배 안에 있던 동물 뼈가 세월호 바깥 선박으로 나왔다는 건 외부 유실방지망의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게 한다. 해수부는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많은 애를 썼지만, 왜 여론의 질타를 받는지 생각해야 한다. 수많은 날을 팽목항에서, 광화문에서 찬바람 맞으며 피눈물 속에 3년을 버텨온 가족들은 이날 하루 동안 또 충격과 혼돈을 겪어야 했다. 가족들은 해수부의 오락가락 발표에 “억장이 무너진다”면서도 미수습자 유해가 유실된 건 아니어서 “다행”이라 했다. 그리고 “3년을 기다렸는데 100년인들 더 못 기다리겠느냐”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이 저 배 어딘가에서 웅크리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고 또 믿는다. 해수부는 이 아픔에 공감하고, 부디 차분히 그리고 세밀하게 작업을 진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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