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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법 앞에 평등’ 확인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등록 2017-03-31 03:09수정 2017-04-10 15:36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가 31일 뇌물죄 등으로 청구된 구속 영장을 발부함으로써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세번째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불행한 일이겠으나 법리적으로는 당연한 귀결이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국민적 화합·통합을 명분으로 선처를 요구하는 주장도 있었으나, 역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 대원칙을 법원이 다시 확인한 건 의미가 크다. 그의 구속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확인하고 더이상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거나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지도자와 정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간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오가며 진행된 수사에서 이미 드러난 혐의 사실과 박 전 대통령이 보여온 태도를 고려하면 구속은 애초부터 예견되던 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13개 혐의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고 하지만 검찰은 이미 3차례 수사를 통해 상당한 증거를 수집해 놓았다. 박 전 대통령 쪽은 검찰 소환 이래 영장 심사과정에서도 “통장에 돈 한푼 들어온 적 없다”는 식의 논리로 반론을 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두 사람이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 및 인사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상의하며 ‘공모’해온 이상 대기업들로부터 뜯어낸 돈이 박 전 대통령 계좌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해서 죄가 안 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변호인들의 조력을 받았을 텐데 형법의 기초적인 법리도 무시한 채 그런 주장을 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구나 집값과 옷값을 대신 납부해온 사실까지 검찰이 확인했다니 두 사람이 사실상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해 왔다고 봐야 한다. 안종범 업무일지를 비롯한 증거물들과 삼성 및 보건복지부 공무원 등의 증언까지 낱낱이 확보됐다면 뇌물죄 적용은 당연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쪽은 ‘관련자들이 이미 구속돼 있고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도 편 모양이다. 그러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입맞추기를 시도하고 최순실씨와 차명폰으로 통화하는 등 이미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은 여럿이다. 청와대 압수수색을 터무니 없는 이유를 내세워 거부한 것만 봐도 여전히 증거를 없애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은 구속 이후에도 청와대 압수수색 등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또 그동안 밝혀내지 못한 여러 혐의도 철저히 수사해 더이상 혐의 사실을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최씨 일가 재산 문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씨 일가의 재산 추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관련 기관들의 비협조를 한 원인으로 꼽았다. 미르 등 두 재단과 마찬가지로 최태민씨 시절부터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방식으로 축적한 재산을 종잣돈으로 삼아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불려왔을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검찰 또는 별도의 특별검사에 의해서라도 이런 대목까지 철저히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박정희-박근혜’ 부녀가 쌓아올린 엉터리 신화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또 여전히 가짜뉴스에 속아 태극기를 흔들며 서울 삼성동과 시청 앞으로 나서는 시민들을 미몽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그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 40여년 계속돼온 박정희 패러다임을 접고 새로운 나라로 향하는 씻김굿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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