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31일 그가 속한 자유한국당이 홍준표 경남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파면으로 앞당겨 치러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보궐선거 성격을 지닌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데엔 집권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다른 어떤 집단보다 훨씬 크고 엄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버젓이 대통령 후보를 내고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나서는 게 과연 사리에 맞는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이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또 모르겠다. 새누리당에서 이름만 바꿨을 뿐, 성찰하는 태도도 책임지는 자세도 보이지 않았다. 당의 실권을 차지한 친박 인사들은 사과는커녕 대통령을 감싸고 옹호하면서 촛불 민심을 헐뜯고 깎아내리기에 급급했다. 인명진 목사가 ‘친박 인사 청산’을 추진하다 흐지부지되자 비상대책위원장직을 그만둔 것은, ‘도로 친박당’이 돼버린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눈곱만큼의 책임감이라도 있는 정당이라면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도리일 것이다.
홍준표 후보의 자격을 두고도 당 안팎에서 말이 많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그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정치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공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게 과연 적절하다 말할 수 있는가. 더구나 공인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너무 심한 막말을 계속하는 점도 그의 자질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한다. 대법원에서 유죄를 받으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던 몰상식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홍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탄핵은 끝났다”고 했다. 마치 면죄부라도 받은 듯한 뻔뻔한 태도다. 그는 “보수우파의 대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도 했다. 돈키호테처럼 좌충우돌하는 행태로 상대 정당과 후보에게 모욕적 언사를 일삼아온 그가 대통합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통령 후보를 내는 데 급급해선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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