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31일 ‘교육칙어’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는 방침을 각의(국무회의)에서 정부 공식입장으로 채택했다. ‘짐이 생각건대’로 시작하는 교육칙어는 1890년 ‘메이지 천황’이 일본제국 신민들의 수신과 도덕교육의 규범을 정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다. 군데군데 “그대들 신민은”이라는 말을 쓰는 등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교지 형식을 띤다. 그 내용을 보면, “국가에 위급한 일이 생기면 의용을 다하며 공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천지와 더불어 무궁할 황운을 부익해야 한다. 그대들은 짐의 충량한 신민이 될 뿐만 아니라” 등 개인을 국가, 그리고 일왕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기조가 깔려 있다. 한마디로 모든 국민은 일왕에 충성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와 군국주의 이념이 핵심 메시지다. 교육칙어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1947년 교육기본법에 의해 일선 학교에서 사라졌는데 이번 각의 방침으로 70년 만에 무덤에서 되살아난 셈이다.
비판적 사고가 형성되기 이전인 어린아이 때부터 전체주의와 봉건적 관념, 그리고 일왕을 숭배하고 복종하라는 주장을 여과 없이 받아들일 경우, 어른이 되어서도 좀처럼 그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2차 대전 말기 자살특공대인 ‘가미카제’의 근간도 이 교육칙어에서 싹튼 것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교육칙어는 “오류가 없으며”라고 명시하고 있어, 대화와 토론을 거부하고 무조건적으로 명령에 따르라는 권위주의적이고 독선적인 태도를 키울 수 있다. 자유로운 개인과 그 개인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의 역할, 국민주권과 개인의 존엄이라는 현대적 국가관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아베 신조 총리는 동맹국을 방문할 때마다 일본과 동맹국들이 민주주의와 인권, 법의 지배 등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주장과 교육칙어는 절대 공존할 수 없는데도 교육칙어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뭔지 묻고 싶다.
19세기에 일왕 메이지가 제국주의 신민에게 내린 교육칙어를 21세기 일본 아이들이 몸에 익히고, 이 아이들이 자라 앞으로 일본 사회를 구성하게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또한 이는 동북아 평화와 공존에도 심각한 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금 역사와 미래에 심각한 죄악을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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