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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비리·무능’ 재벌 총수 거액 연봉, 누가 납득하겠나

등록 2017-04-02 18:05수정 2017-04-03 18:16

31일 공개된 재벌 총수들의 지난해 연봉 액수를 보면서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서민들은 비애를 느꼈을 것이다. 특히 비리 혐의를 받고 있거나 경영에 실패한 총수들이 수십억원 연봉을 챙긴 것을 보면 배신감마저 든다.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27일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27일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 예로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롯데쇼핑과 롯데호텔 등에서 78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2015년의 58억원보다 20억원이나 많다. 신 회장의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롯데쇼핑 등에서 각각 28억원을 받았다. 신 총괄회장은 2015년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 이후 경영에서 배제됐다. 경영에 기여한 게 없는 셈이다. 신 이사장도 지난해 7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뒤 올 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한 해의 절반 가까이 수감생활을 했는데도 거액의 연봉을 챙긴 것이다. 또 탈세·횡령 혐의로 지난해 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도 46억원을 받았다.

해운업 부실로 국가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도 각각 66억원과 36억원을 챙겼다. 특히 조 회장은 한진해운이 파산했는데도 연봉이 2015년보다 2억원 늘었다. 일자리를 잃어 생계를 위협받는 직원들로서는 피눈물이 날 일이다.

그 어떤 원칙이나 기준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연봉이 이사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고 결정된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이사회가 총수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총수 마음대로 책정한 ‘셀프 연봉’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황제 경영’의 폐해라 아니할 수 없다.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해 6월 이른바 ‘살찐 고양이법’인 최고임금법을 발의했다. 살찐 고양이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기업인을 비유하는 말이다. 민간기업 고위 임원 연봉은 최저임금의 30배, 공공부문은 10배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으로 지난해의 6030원에 비해 44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심 후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선진국이 ‘살찐 고양이법’을 어떤 형태로든 도입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천장은 낮추고 바닥은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일부에선 민간기업의 연봉 상한선을 법으로 정하는 게 시장경제 원리에 맞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양극화 해소가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라는 점에서 제도 도입을 위한 진지한 논의와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

▶ 관련 기사 : 재벌들, 경영 실패·비리 재판 와중에도 수십억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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