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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김종인씨, 대선 출마로 ‘정치 장사’ 하겠다는 건가

등록 2017-04-05 19:09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5일 대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예고된 일이었지만 지난해 4·13 총선에서 민주당을 이끌었던 인물이 탈당 후 독자 출마까지 선언했으니 모양새가 썩 좋진 않다. 이런저런 출마의 변을 밝혔지만 국민이 보기엔 어딘가 정치공학적 냄새가 나는 게 사실이다.

김 전 대표는 출사표에서 “통합정부를 세워 나라의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정부는 “각 당의 후보들이 서로 힘을 모아 나라를 꾸려가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 자신은 “여러 정파를 아우르는 최고 조정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통합정부는 유럽식 연립정부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결국 ‘반문재인 연대’ ‘제3지대’ ‘개헌 빅텐트’ 등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국가적 위기에 대한 김 전 대표의 걱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아전인수적인 상황 인식이 너무 많다. 그는 “이번 대선은 힘을 합쳐 보겠다는 유능과 혼자 하겠다는 무능의 대결”이라고 했다. 이는 단독집권 가능성을 보고 뛰는 1, 2위 주자들을 무능 프레임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는 “지난 세월이 모두 적폐라며 과거를 파헤치자고 한다”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는 “어떻게 집권할지도 모르면서 혼자서 해보겠다고 한다”고 쏘아붙였다. 집권 가능성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유능’이요, 어떻게든 스스로 길을 찾겠다는 걸 ‘무능’이라고 부르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을뿐더러 정치적으로도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통합정부를 하려면 180석 이상은 돼야 한다고 했는데 결국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의 ‘반문 연대’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개혁과제에 대한 심고원려 없이 그저 미운 놈 빼놓고 하자는 식이다. 그는 “이미 망해서 과거가 된 정권을 두고 정권을 교체하자는 집단이 판단력이 있는 사람들이냐”고까지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 갔으니 이젠 아무 세력이나 합쳐서 집권해도 ‘정권 교체’라는 논리다. 곡학아세에 가까운 해괴한 주장이다. 촛불로 상징되는 시대정신을 살피지 못한 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정치공학 장사꾼 같은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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