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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무슨 염치로 국민연금에 ‘대우조선 출자’ 압박하나

등록 2017-04-05 19:09수정 2017-04-05 19:09

이달 중순 열리는 대우조선 채권자 집회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39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데, 우정사업본부(1800억원)와 사학연금공단(1000억원)도 국민연금이 어떤 판단을 할지 지켜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출자전환에 반대하면 채권단 주도의 ‘자율적 채무조정’이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국민연금에 회사채 출자전환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국민연금 등 채권자들이 연금 가입자나 투자자 자신을 위해서도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이 이익인지 이미 명확한 답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안을 따르라고 요구한 것이다.

자율적 채무조정이 무산되면 정부는 대우조선에 피플랜(P-Plan, 회생형 단기 법정관리)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회사채 보유자들의 손실이 출자전환하는 경우보다 불어날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이를 내세워 정부가 국민연금을 압박하는 것은 부당한 간섭이다. 출자전환을 하면 국민연금은 곧바로 2600억원가량 평가손실을 보게 된다. 국민연금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청와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사달이 난 게 엊그제 일 아닌가.

정부의 국민연금 압박은 염치없는 일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 회사채 가운데 1200억원어치는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지기 4개월 전인 2015년 3월 발행된 것이다. 정상적인 발행이었는지 의심스럽다. 이달 하순에 만기가 돌아오는 2000억원어치는 국민연금이 2015년에 조기상환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던 것이다. 대우조선은 회사채를 발행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채를 갚았다.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회사채를 억지로 떠안았다면, 지금 국민연금더러 손실을 떠안으라는 요구는 억지다.

국책은행은 대우조선에 이미 수조원을 투입했다. 이번에 추가 지원을 해도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실정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경위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국민연금이 회사채를 인수하게 된 과정, 출자전환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도 마땅히 그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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