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지사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법의 허점을 악용해 도지사 보궐선거를 막으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보궐선거를 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의 정신”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홍 후보는 자유한국당 대통령후보로 공식 선출됐는데도 지사직 사퇴를 미루는 ‘꼼수’를 쓰고 있다. 이런 공인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과연 대통령선거에 나설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홍 후보가 도지사직 사퇴 시한인 9일 사퇴하더라도 경남도지사 자리는 14개월 20일이나 빈 채로 남게 된다. 당연히 보궐선거를 치르는 게 상식이요 선관위 유권해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홍 후보는 9일 사퇴해서 그 이튿날 선관위에 통보하는 방법으로 보궐선거 사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자신은 대선 입후보 자격을 얻으면서, 그에 따라 5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야 하는 도지사 보궐선거는 원천봉쇄하자는 얄팍한 셈법이다.
홍 후보 뜻대로 진행되면 경남 도정은 그가 임명한 행정부지사에 의해 운영된다. 지방자치제 대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도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도지사 사퇴 열흘 전까지 사임서를 내도록 정한 지방자치법에도 어긋난다. 처벌 규정이 없다고 이렇게 법을 함부로 어겨도 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홍 후보는 보궐선거를 하면 200억원의 돈이 든다는 걸 이유로 대고 있다. 참정권의 가치를 돈으로 따지는 것도 황당하거니와, 홍 후보 자신이 2012년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던 사례도 있다. 예산 문제가 그렇게 걱정된다면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도지사직을 유지하면 될 일이 아니겠는가.
안팎의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는 홍 후보의 속내를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지금 보궐선거를 하면 신뢰가 바닥난 자유한국당 후보가 패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홍 후보가 대선 패배 이후 돌아갈 곳을 만들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성완종씨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홍 후보는 가뜩이나 출마 자격을 의심받는 처지다. 법을 무시하고 헌법에 명시된 참정권과 지방자치 정신을 훼손하는 발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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