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공영방송 내부에서 또다시 검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방송>(KBS)은 촛불집회 현장을 기록한 <케이비에스 스페셜> ‘광장의 기억’ 편을 3월 중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대선 뒤로 미뤘다. <문화방송>(MBC)도 프로그램 검열 문제로 내부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이후 온 나라가 낡은 시대와 결별하고 있는데 양대 공영방송만 박근혜 시대의 비정상을 고수하는 꼴이다.
한국방송의 촛불집회 프로그램 연기와 관련해 사쪽은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쪽이 내놓은 이유는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자 촛불 민심을 차단하려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거대한 변화를 일으킨 역사의 현장을 정직하게 담아 알리는 것은 대선에서 특정 세력의 유불리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다. 더구나 해당 프로그램은 민감한 문제를 폭로하는 것도 아니고 현장을 담담히 기록해 교훈을 얻자는 정도라고 하는데, 이런 프로마저 틀어막는다면 한국방송 경영진 스스로 공영방송을 이끌 자격이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장겸 사장 체제의 문화방송에서 나타나는 파행 현상도 개탄만 하고 있을 수준을 넘어선다. 지난달 특집 다큐 ‘탄핵’ 편을 불방시키고 담당 피디를 비제작부서로 내쫓아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은 문화방송은 이번에는 <시사매거진 2580> 세월호 편의 내용에 간부가 시시콜콜 간섭해 반발을 사고 있다. ‘진실’이라든가 ‘여전히 풀지 못한 의혹과 비밀’ 같은 문구 삭제를 지시한 것은 세월호의 진실을 막아보려는 헛된 몸부림을 보는 듯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양대 공영방송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게 계속 저널리즘 원칙을 저버리고 검열과 탄압에 골몰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영영 잃어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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