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곧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치소로 찾아가 두번째 출장조사를 벌인 6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한 공판도 열렸다. 박 전 대통령과 참모들은 검찰과 법원에서 혐의를 일제히 부인하면서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추태를 보였다. 말로는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실제로는 법적 책임을 모면하려 상관이던 당시 대통령이나 부하였던 옛 참모들에게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니 권력무상의 ‘막장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2차에 걸친 검찰의 출장조사에서도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억지 주장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변호인 교체설과 함께 혐의를 시인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으나 여전히 증거가 드러난 혐의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자신의 말을 낱낱이 받아 적은 수첩 내용까지도 ‘다른 사람에게 듣고 적은 것’이라거나 ‘내 지시를 확대해석한 것’이란 취지의 주장을 폈다고 한다. 당사자인 안 전 수석은 물론 수첩에 등장하는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대부분 혐의에 대한 증언과 증거가 수집됐음에도 사실상 참모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파렴치의 극치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판단을 못하는 것은 물론, 법적·정치적 조언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참모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쪽은 자신을 “여론재판과 표적수사의 희생양”이라며 “대통령의 의사와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거나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책임을 대통령에게 떠넘겼다고 한다. 우병우 전 수석도 박 전 대통령의 심부름 역할에 불과했다는 종전 태도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서는 “가슴 아프고 참담한 심정”이라면서도 국민들에게는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으니 오만함이 여전히 하늘을 찌른다.
검찰이 우병우 전 수석을 구속하기로 방침을 세웠으나 ‘박근혜 청와대’의 검찰 농단을 충분히 수사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재수사나 재특검을 부르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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