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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소비자 불신 키운 현대차의 ‘늑장 리콜’

등록 2017-04-07 17:52수정 2017-04-07 18:42

현대·기아자동차가 그랜저, 쏘나타, K7 등 5개 차종에 장착된 세타2 엔진에서 결함이 발견돼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차량 17만여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한다고 7일 발표했다. 현대차는 리콜 대상 차량들을 검사해 결함이 확인되면 엔진을 교체해주기로 했다. 엔진의 일부 부품 결함으로 소규모 리콜이 이뤄진 적은 있지만 엔진 전체를 교체하는 대규모 리콜은 처음이다.

그래픽 김지야
그래픽 김지야
기업이 제품의 결함을 찾아내 수리·교환해주는 리콜은 잘못이 아니다. 소비자 보호 장치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그동안 현대차가 보여준 태도다. 수년 전부터 세타2 엔진 불량과 관련해 소음과 진동이 심하고 심지어 주행 중 시동이 꺼지거나 화재가 발생했다는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그러나 현대차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9월엔 현대차에서 25년간 엔지니어로 근무한 김광호 부장이 세타2 엔진 결함을 국토교통부와 언론에 제보하고 자동차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현대차는 김 부장을 회사 정보 무단 유출 등의 이유를 들어 11월 해고했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국내 소비자와 미국 소비자에 대한 이중적 태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는 2015년 9월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쏘나타 47만대를 리콜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지난해 ‘역차별 문제’를 제기했으나, 당시 현대차는 “미국 현지 공장의 문제로 국내와는 무관하다”고 발뺌했다.

현대차가 계속 시간을 끌다가 정부의 ‘강제 리콜’ 여부 결정을 앞두고 리콜에 나선 것도 떳떳하지 못하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세타2 엔진 결함 관련 조사를 맡겼고, 최근 “결함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를 보고받았다. 국토부는 강제 리콜이 필요한지를 결정하기 위해 이달 20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작 결함 심사평가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상정할 예정이으나, 현대차가 리콜 시행 의사를 알려와 조사를 종료했다. 다만 국토부는 현대차의 결함 은폐·축소 의혹은 별도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품질 결함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에게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알리고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변명과 무대응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지금 세계 자동차산업은 테슬라의 전기차와 구글의 자율주행차 등이 보여주듯이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현대차의 각성이 필요한 때다. 초심으로 돌아가 ‘품질 경영’과 ‘고객 만족’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 관련 기사 : 현대·기아차 ‘세타2 엔진’ 장착한 차량 5종 17만대 ‘늑장 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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