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우리가 배달앱으로 주문한 동네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배달해준 이는 중국집 배달원이 아니다. 배달 오토바이를 몰다가 사고가 나도, 그는 산재보험을 한푼도 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는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어 수수료를 받는 ‘사장님’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기술 발달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대비가 시대의 화두다. 이에 걸맞은 ‘창의적 인재’ 교육은 대선 논점 중 하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기술 같은 최첨단 분야나 에어비앤비처럼 공유경제의 혁신적 형태로만 등장하지 않는다. 중국집 배달원 사례에서 보듯, 이전 같으면 4대 보험과 휴일근로수당, 휴식시간 등을 보장받았을 전통적인 노동까지 파고든다. 노동자인지 자영업자인지 모호한 ‘플랫폼 노동자’, ‘디지털 특고(특수고용노동자)’의 확산이다.
디지털혁명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이미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보호가 취약한 사회였다.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처럼 사용자에게 매여 있되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문제였지만, 지난 20년간 일부 업종에 대한 산재보험 가입 허용 말고는 진전된 게 없다. 그나마 사업주가 의무가입해야 하는 일반 직장과 달리, 해당 노동자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고 스스로 적용 제외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입률도 2월 현재 11.7%로 미미하다. 최근 정부가 배달대행업체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가입 길을 열기로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정부 공식 통계인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선 특수고용노동자가 2014년 기준 52만4천명이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실태조사에선 같은해 기준 229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8.9%에 이른다.
이런 한국적 상황에 더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전통 노동’ 개념을 바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무차별 확대시킬 우려가 크다. 물론 이들에 대한 일률적인 노동권 인정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유사노동인지 자영업자인지 늘어나는 새로운 특고에 대한 엄격한 법적 구분과 산재보험을 비롯한 최소한의 노동권 보호에 대해선 논의가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의 장밋빛 미래만 얘기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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