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에 대한 직권남용 등 혐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또 기각됐다. 지난해 첫 수사 때부터 봐주기 논란이 일더니 결국 “100% 구속”이라던 박영수 특별검사의 큰소리도, “50명이나 조사했다”던 특별수사본부 관계자의 강변도 다 거짓으로 드러났다. 직권남용죄 자체가 까다로운 죄목이라고는 하나 검찰 조직에 손상이 갈 만한 대목을 피해 간 것도 영장 기각의 한 요인이 됐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룡 검찰’은 역시 개혁 대상임을 재확인시켜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우 전 수석 구속영장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적용하지 않은 두 가지 혐의를 추가했다. 최순실씨의 이권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케이스포츠 클럽’ 사업과 관련해 대한체육회를 감찰하려 한 직권남용 혐의와 세월호 참사 수사 외압 사실을 부인한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 등이다. 대신 광주지검의 해경 압수수색을 방해한 혐의는 미수에 그쳤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감찰 역시 미수에 그쳤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법리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수사 외압 행사에 개입한 검찰 고위층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검찰 농단’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찰이 과연 성역 없이 수사했는지 의문이다. ‘정윤회 문건’ 사건은 본말을 뒤집은 전형적인 왜곡수사였다. 관련 경찰관이 자살하고, 구속됐다 나온 경찰관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우 전 수석이고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수남 검찰총장이다. 진실을 거짓으로 뒤집은 책임이 청와대와 검찰에 있다면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검찰은 그럴 의지가 안 보인다.
검찰이 은폐·조작한 사건은 한둘이 아니다. 대부분 권력과 연결돼 있음은 물론이다. 우 전 수석 비리를 수사하려 ‘윤갑근 특별수사팀’까지 꾸려놓고 발표조차 못하고 문닫은 일은 검찰 사상 전무후무한 치욕적 사례로 남아 있다. 당시 ‘우병우 수사를 우병우에게 보고하면서 했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는데도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거의 매일,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은 중요한 국면마다 우 전 수석과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온 국민이 이런 검찰을 주시하고 있는데도 검찰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쪽을 택했다. 형사처벌 대상이 안 되면 외부 감찰이라도 자청해야 하는데 그냥 덮었다. 특별검사를 다시 임명해서라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검찰개혁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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