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12일 ‘공정·혁신·통합의 사람 중심 성장 경제’라는 경제 비전을 제시했다. 집권하게 되면 펼칠 ‘경제정책 청사진’을 공개한 셈이다.
문 후보는 “헌법적 가치를 경제 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며 “사람에게 투자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살리는 ‘사람 중심의 성장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업에 사회적 자원을 몰아주면 그 혜택이 국민 전체에 골고루 확산되는 ‘낙수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문 후보는 구체적으로 보육·교육·의료·요양·안전·환경 등 국민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분야는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국가가 과감히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기 회복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 강화와 양극화 해소의 답을 찾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과 기업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문 후보는 정책 수단으로 대규모 재정 투입을 제시했다.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재정지출을 연평균 7%씩 늘리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서 탈피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중기 국가재정 운용 계획’의 재정지출 증가율 3.5%의 2배다. 또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했다.
지금 한국 경제는 기업은 투자를 기피하고 가계는 빚에 짓눌려 소비에 나서지 못하면서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구조적 침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선 정부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진단과 처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그동안 여러 차례 한국 정부에 저성장 탈출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관건은 재원 마련이다. 문 후보는 세수 자연 증가분,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 중복·비효율 사업 조정, 국민연금의 국공채 투자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증세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4년을 돌아볼 때 이 정도 방안으로 급증하게 될 재정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하면서 성장도 분배도 모두 놓쳤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땜질식 추경예산을 반복해 국가채무만 불어났다. 실현 가능한 세입 확충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는 재정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 후보 캠프는 조만간 발표할 공약집에서 실행계획을 제시하겠다고 한다. 이 공약집엔 국민이 타당성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들을 담기를 바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람 중심의 성장 경제’라는 경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문 후보 캠프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의 김광두 위원장, 오른쪽은 김상조 부위원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