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를 흔히 ‘비싼 거수기’나 ‘꿀 부업’이라고 부른다. 적당히 대주주의 입장을 맞춰주면서 상당 기간 고액의 보수를 안정적으로 받는 사외이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는 독립적 위치에서 대주주의 독단과 전횡을 감시·견제해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하는데, 현실은 취지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미래세대정책연구소가 삼성·현대자동차·에스케이·엘지·롯데 등 5대 그룹 상장기업 62곳의 ‘2016년도 사업보고서’를 근거로 사외이사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사외이사 평균 보수가 6400여만원이었다. 소득 상위 10% 근로자의 지난해 연봉과 맞먹는 금액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이사회를 평균 9차례 열었다. 사외이사가 비상근으로 가끔 열리는 이사회에만 참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의 한 차례당 받은 보수가 700여만원에 이른다.
반면 이들 기업의 이사회가 지난해 처리한 안건 1615건 가운데 사외이사의 반대로 가결되지 못한 안건은 3건(반대 2건, 보류 1건)에 불과했다. 가결 비율이 무려 99.8%나 된다.
사외이사들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대주주가 학교 동문이나 전직 임직원 등 자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지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탓이 크다. 지난달 열린 주요 기업들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이런 사례들이 부지기수였다. 경영에 대한 엄정한 감시와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사외이사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선임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2월 임시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된 상법 개정안도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방안을 담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이 모두 상법 개정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대선 이후엔 입법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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