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의 첫 후보자 텔레비전 토론회가 13일 열렸다. 원내 의석을 가진 5개 정당 후보가 모두 참여한 첫 토론은 유권자들이 후보 자질과 능력을 판별할 좋은 기회였다. 현안에 관한 열띤 공방이 오고 갔지만, 토론자가 5명이나 되다 보니 논점이 분산되는 등 전체적으로 깊이와 집중력이 떨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토론회는 이전의 대선후보 토론회보다 진일보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후보자들은 원고 없이 토론에 나섰고, 직접 프레젠테이션도 했다. 유권자들이 현안에 대한 후보자들의 준비 정도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식이다. 후보들이 원하는 주제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서 쟁점에 따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국내외 주요 현안을 두루 다뤘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와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문제, 사드 배치 등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증세와 일자리, 정규직, 재벌 개혁 등 경제 분야 현안도 폭넓게 다뤘고, 교육과 언론개혁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의견도 소상히 밝혔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적폐’를 놓고 벌인 공방이 눈길을 끌었다. 안철수 후보는 “문 후보가 저에게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다고 비판했는데, 그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저를 지지하는 국민을 적폐세력이라고 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문재인 후보는 “좋다. 자유한국당 사람들과 극우 논객들의 지지는 짝사랑이라고 치자. 국민의당에서 함께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격했다. 국민 지지가 높은 야권의 두 유력 후보가 많은 시간을 할애해 핵심 논점을 놓고 토론을 펼친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토론회 전체를 보면, 너무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5명의 후보들이 단편적 의견을 제시하는 데 그칠 뿐 집중적이고 심도 있는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2시간으로 제한된 토론시간 탓에 후보자들이 제대로 할 말을 못 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다룰 주제는 많은데 시간이 짧으면 ‘겉핥기식 토론’에 그치기 쉽다. 남은 토론회에서라도 후보들끼리 질문에 재질문을 던지고 반박에 재반박을 펼치면서 유권자들이 자연스럽게 후보 식견을 평가할 수 있는 토론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2강을 형성한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양자 토론을 펼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7개월이나 앞당겨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선 유권자들이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보고 평가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짧고 그런 기회가 과거에 비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만큼 텔레비전 토론회의 중요성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음엔 좀 더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방식의 토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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