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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세월호 3주기, 우리에게 지도자란 무엇인가

등록 2017-04-14 18:16수정 2017-04-14 18:16

부모를 떠나보낸 자식은 3년간 아침저녁으로 신주를 모시며 효도와 보은을 다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에게 ‘탈상’이란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일임을. 2014년 4월 잠겨가는 배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던 온 국민에게 3년 만에 떠오른 선체 모습은 ‘희망’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미수습자 가족이나 유가족에겐 자식들이 발버둥치던 고통의 ‘무덤’임을. 그 고통의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기 전, 우리 사회는 아직 탈상을 말할 수 없다.

2014년 11월 가족들이 수색 종료에 합의한 뒤에도 미적대던 세월호 인양작업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이뤄졌다. 해양수산부는 인양 방식 결정과 작업환경의 어려움 탓을 하지만,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후보가 지난달 밝혔듯 그 배후엔 세월호 문제를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꺼려온 정부가 있었다. 인양 과정에서도 해수부는 선미 왼쪽 램프를 제거하고 불필요한 천공을 내는 등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주요 증거물들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와 선체조사위원회는 지금이라도 인양 목표가 미수습자 수색과 함께 원인 규명과 선체 보존으로 ‘그날의 교훈’을 우리 사회가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란 사실을 명심하고 작업에 임해야 한다. 물리적 사고 원인 규명뿐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조차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모든 것을 부인했다. 세월호 특조위를 다시 구성해서라도 이 의혹을 철저하게 밝히지 않는 한 세월호의 총체적 진실에 다다르는 길은 요원하다.

세월호는 사람들로 하여금 국가를, 사회를 보는 시각을 바꿔놓았다. 작가 김애란이 “우리가 본 것이 이제 우리의 시각을 대신할 거다. 세월호 참사는 상으로 맺혔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콘택트렌즈마냥 그대로 두 눈에 들러붙어 세상을 보는 시각, 눈 자체로 변할 것이다”(<눈먼 자들의 국가> 중에서)라고 예언처럼 썼듯 말이다. 정부·여당·우파의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 시민들이 가슴속에만 묻어놨던 ‘국가란 무엇인가,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마침내 지난해 촛불집회를 통해 광장에서 터져나왔다. 박근혜 퇴진 및 적폐청산 구호와 함께 사람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쳤다.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3년 만에 청와대 가장 가까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이번엔 유가족끼리가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켜고 행진했다.

이렇게 촛불의 힘으로 성사된 대통령선거가 막상 본격화하면서 촛불 의제는 희미해지고 보수 의제만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3주기 22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주최 쪽은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과 조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는 한편, 촛불 대선에 걸맞지 않은 후보들의 후퇴를 강력하게 비판하겠다고 예고했다.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위기의 순간에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상황에 알맞게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헌재 대통령 탄핵 결정문 중 김이수·이진성 재판관 보충의견)

별이 된 아이들 앞에서 다시 ‘지도자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슴에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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