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4년간 15~64살 고용률이 1.9%포인트 상승하고 취업자 수가 155만4천명 늘어났다. 그런데 상당수는 아르바이트형 일자리다.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절반을 넘고, 17만2천명은 취업시간이 18시간을 밑돌았다. 한동안 줄어들던 영세 자영업자도 지난해엔 2만7천명 늘었다. 실업률이 4%를 밑도니 일자리가 크게 모자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좋은 일자리’의 부족이다.
그로 인한 고통을 청년들이 가장 심하게 겪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2012년 7.5%에서 지난해 9.8%까지 치솟았다. 19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일자리 창출 정책에서 각기 강조점을 달리하며 나름 전향적인 정책들을 내놓았다. 그중엔 누가 당선되든 적극 채택했으면 하는 공약도 여럿 눈에 띈다.
세계 최장인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일자리를 나누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25년까지 법정노동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주 상한 52시간’ 준수를 강조했다. 노동시간 단축은 경제 주체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기업마다 근로시간 기록을 보존해 칼퇴근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는데, 관행을 개선할 수만 있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소방관·경찰 등 공무원 일자리 17만4천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공공부문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공공 일자리는 공공서비스 확충 과정에서 뒤따르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일자리를 목적으로 예산을 배분한다면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문 후보는 또 9천억원을 투입해 34만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 실행방안을 함께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 창출은 민간부문의 활력이 살아날 때 가장 활발해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기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며, 고용정책 기조를 평생교육 체제 확립, 고용친화적인 산업구조 구축에 두겠다고 밝혔다. 일단 방향은 좋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행을 뒷받침할 만한 정책수단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안 후보는 유망 중소기업 등에 취업한 청년에게 2년간 12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고용보장계획을 내놓았는데, 한시적 지원이 끝난 뒤에 고용이 계속 유지될지 의문이 든다.
미취업 청년에게는 구직 준비 기회, 취업 기회를 더 줘야 한다. 심상정 후보는 실업 상태의 청년에게 1년간 최저임금의 50%(68만원)를 실업부조로, 문재인 후보는 청년구직촉진수당(연간 약 4조원)을, 안철수 후보는 6개월간 180만원의 구직수당(5년간 3조6천억원)을 주는 안을 내놓았다. 여러 후보가 공공기관 청년고용할당제를 확대하고, 민간에 적용하기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정책의 목표를 ‘고용률 70% 달성’으로 삼았다. 목표엔 크게 미달했으나 고용률은 높였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를 쪼개 여러 개로 만들었을 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고용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나름의 목표치, 청년 고용 개선 목표치를 제시해서 정책공약의 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