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검증’을 방불케 한 19일 밤 두번째 대통령후보 텔레비전 토론은 내용이나 형식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대북송금 문제를 물고 늘어지거나 ‘주적 논란’을 제기하며 철 지난 색깔 공세를 폈다. 이 와중에 한반도를 둘러싼 엄중한 안보·외교 현안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경제·사회 분야 토론도 핵심과 본질에 다가서지 못한 채 피상적 말싸움을 하다 말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승민 후보가 앞장서 제기한 ‘주적 논란’은 사실관계부터 다르다. 유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 주적이냐”고 물으며 “국방백서에 주적 개념이 들어 있다”고 했다. 2016년 국방백서엔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은 우리의 적’이라고만 표현돼 있다. 북한 주민과 군·정권을 분리해 규정한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조차 대외적으로 ‘주적’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지만, 평화와 통일을 위해 대화하고 접촉해야 할 대상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색깔론이 아니라 본질론”이라며 호도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야 그렇다 치자. ‘새로운 보수’를 주창하는 유승민 후보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며 시대착오적인 ‘주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건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여기에 국민의당까지 가세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지금은 남북대치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주적”이라고 말했다. 보수 표를 의식해서, ‘주적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몰아붙이는 보수 정당 후보들에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북한은 주적이면서 동시에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대화 상대라는 점에 우리 모두의 고민이 있다”고 덧붙이긴 했다. 하지만 유력 후보의 발언으로선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토론은 형식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5명의 후보가 주어진 9분 안에 질문과 답변을 모두 소화하는 ‘시간 총량제’는 박진감을 높였지만 질문을 많이 받는 후보일수록 자기발언 기회를 봉쇄당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스탠딩 토론’이라지만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없어서 앉아서 하는 방식과 다를 게 없었다. 사회자 개입을 최소화해 논점이 흐려지거나 균형이 무너지는 일도 잦았다. 유권자에게 실질적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려면, 지지율 높은 유력 후보들을 심도 있게 검증할 수 있도록 토론 방식의 변화를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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