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회담하고 있다. 웨스트팜비치/신화 연합뉴스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 6~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한 인터뷰 내용이 18일(현지시각) 추가로 공개된 것이다.
시 주석이 실제 그런 말을 한 건지, 트럼프 대통령이 곡해한 건지는 정확지 않다. 시 주석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단지 트럼프 대통령의 오해와 외교적 관례 무시에 따른 해프닝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사실이라면, 중국 국가원수로서 심히 우려되는 역사인식이다. 그런데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한국 민중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만 밝혔다. 그런 말을 했다는 건지 안 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안 했다면 좀더 진전된 발언으로 오해를 풀어야 한다. “걱정하지 말라”는 한마디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지 않은가.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중국이 공개적으로 사실관계를 부인하기 힘든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의 역사인식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않는 한 한-중 관계는 물론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원수끼리의 대화를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도 정상이 아니다. 또 한국을 얼마나 무시하면 저런 말을 거침없이 언론에 대고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외교부 대응도 한심하다. 외교부는 19일 공식 성명이나 논평이 아닌 ‘프레스 가이던스’(언론 대응 지침)라는 형태로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지난 수천년간 한-중 관계의 역사에 있어 한국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었다는 점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며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임. 이러한 이야기는 일고의 가치도 없음”이라고 한 게 대응의 전부다. ‘국내 여론 무마용’으로 마지못해 내놓은 듯하다. ‘사실 여부를 떠나’라고 말하다니, 정상적인 외교부라면 ‘사실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자칫 확인 불가능한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문제가 된 이상 미·중의 분명한 해명을 들어야 하고 국민에게 그 결과를 전해야 한다. 사태가 이리된 바탕엔 오로지 ‘한-미 공조’만 외치며 독자 목소리를 상실한 한국 외교의 전략 부재와 무능이 깔려 있다. 외교부는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