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당의 대통령후보들이 증세를 비롯한 조세정책에서 뚜렷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19일 밤 열린 2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부자 증세’ 원칙을 재확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증세에 관해선 구체적 언급 없이 과세체계 개선을 강조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법인세를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올리고 소득세도 인상하겠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부자 증세에 더해 복지에만 쓰는 사회복지세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만 부자 증세에 반대하면서 홀로 법인세 감세를 주장했다.
조세정책은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대책이기도 하다. 5개 정당 후보 모두 복지 확대와 관련해 많은 공약들을 내놨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가운데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우리 현실에 비춰볼 때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5개 정당 후보 모두 노인 기초연금 월 30만원씩 지급과 아동수당 도입을 약속했는데, 이 2가지 공약 이행에만 연간 약 7조원(문재인 후보 공약 기준)이 필요하다. 이밖에 일자리·교육·보건 등 각종 공약들을 이행하려면 후보에 따라 수십조~수백조원이 들어간다. 반드시 필요한 공약이라도 현실성 있는 재원 마련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수표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증세만이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세수 자연 증가분, 세금 감면·비과세제도 정비,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서도 소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재원 조달은 한계가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월 20만원씩 지급, 영유아 보육 완전 국가 책임제, 고교 무상교육 실시 등 대표 공약들을 취임 1~2년 만에 줄줄이 파기한 것은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는 준비 기간 없이 선거 바로 다음날 새 정부가 출범하기 때문에 선거운동 과정에서 재원 마련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증세의 경우도 원론적 입장 표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느 세금을 얼마나 올려 얼마만큼의 재원을 확보할 것인지 상세한 계획을 내놓고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집권을 하더라도 국정 운영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공약 이행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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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대선 후보들이 19일 밤 KBS 토론회를 앞두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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