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차량 결함을 정부와 언론에 제보한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국민권익위원회의 복직 권고마저 거부했다.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최근 김광호 전 협력업체품질강화팀 부장에 대한 국민권익위의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청구소송을 냈다. 앞서 국민권익위는 지난달 13일 “김 전 부장의 제보는 소비자 권익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며 현대차에 부당해고 철회와 원직 복직을 권고했다. 김 전 부장은 지난해 9월 “현대차가 세타2 엔진 등 32건의 품질 결함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채 리콜 등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국토교통부와 언론에 제보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쏘나타를 리콜한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들을 차별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자 현대차는 “김 전 부장이 무단으로 유출한 자료는 회사 영업비밀에 해당된다”며 사내 보안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해고했다.
하지만 김 전 부장의 제보는 현대차의 세타2 엔진 결함 관련 대규모 리콜의 단초가 됐다. 국토부가 김 전 부장의 제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작 결함을 확인했다. 국토부의 ‘강제 리콜’ 결정이 임박하자 현대차는 7일 그랜저와 쏘나타 등 5개 차종 17만여대를 대상으로 ‘자발적 리콜’ 계획을 밝혔다. 또 나흘 뒤인 11일 국토부가 발표한 제네시스와 에쿠스 6만8천여대의 엔진 관련 부품 결함도 김 전 부장의 제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국토부는 현대차에 자발적 리콜을 요구했고 30일 안에 따르지 않으면 청문절차를 거쳐 강제 리콜을 실시할 방침이다.
전후 사정이 이러한데도 김 전 부장은 복직은커녕 형사처벌까지 받을지도 모를 처지에 놓였다. 현대차가 해고에 더해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이런 무리한 조처는 김 전 부장 개인에 대한 보복 차원을 넘어 아예 내부고발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공익신고자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당장은 조용히 지나갈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회사를 망치는 일이다. 지금 현대차가 힘써야 할 것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품질경영과 고객만족이다. 그게 글로벌 일류 기업이 가야 할 길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 등이 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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