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통령후보가 네차례의 텔레비전 토론에서 돋보이는 정책 역량을 선보이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심 후보는 다양한 분야의 세부 각론에서 꼼꼼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 토론을 주도했다는 평을 듣는다. 심 후보의 분투 덕분에 유치한 말꼬리 잡기와 철 지난 색깔론으로 얼룩진 토론회가 조금이나마 정책 논쟁으로 채워질 수 있었던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토론을 가장 잘한 후보로 심상정 후보가 꼽혔는데, 유권자들이 심 후보의 토론 모습을 새롭게 평가했다는 징표일 것이다.
심 후보는 토론회에서 정책의 총론과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구체적 논점을 끌어내며 토론이 생산적으로 흐르도록 윤활유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부실한 재원 계획은 결국 공약 파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재원 대책을 날카롭게 추궁한 이도 심 후보였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이 더불어민주당 공약에서 빠졌다는 점을 지적해 문재인 후보로부터 인상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낸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또 사병 처우 개선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서 최저임금의 50%까지 인상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색깔 공세를 이어가자 “언제까지 우려먹을 거냐”며 토론의 분위기를 바꿔내기도 했다.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문 후보 발언엔 아껴놓은 ‘1분 찬스’ 기회를 써가며 “동성애나 성적 지향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심 후보의 정책 역량이 하루아침에 뚝딱 이뤄졌을 리 만무하다. 진보정당 외길을 걸으며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문제점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끈질기게 정책 대안을 모색해온 노력이 하나둘 쌓인 결과일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이런 노력을 해온 정의당과 심 후보의 태도는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요즘 정의당엔 심 후보의 활약을 눈으로 확인한 유권자들의 지지와 후원 문의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심 후보의 지지율도 껑충 치솟았다. 우리 사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진보적 가치와 정책들이 왜 필요한지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크다고 할 것이다. 심 후보의 선전이 진보적 가치·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정치지형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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